[MLB] 메이저리그 보기 시작했습니다

메이저리그를 실례 시작했습니다

루틴한 취미를 만들고 싶었다. 감회 속에만 품고 있던 도망가고 싶다는 말을 언젠가부터 남들에게도 꺼내놓기 시작했고, 집에 와서는 비트코인이나 이조 주식 차트를 켜놓고 오르내리는 그래프에 따라 삿된 바람과 우울을 반복하며 시간을 낭비했다. 소용 며칠은 그마저도 보고 싶지 않아 잠으로 도망쳤다. 도망친다고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었고, 진실로 사회와 연을 끊고 잠적할 용기도 없어 시간만 죽이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뭐라도 하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다시 책으로, 다시금 그렇게 무언가를 하려 했었다. 팟캐스트나 유튜브도 마찬가지로 고려했다. 하지만 힘이 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좋아하던 읽고 쓰는 일이 ‘일’로 느껴졌고 재미가 없어졌다. 2019년 말에 찾아온 번아웃에서 못 벗어난 상황이구나 하는 것을 자각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것을 해소하지 못했고, 읽고 쓰는 일들로 수차례 타버린 마음을 메워보려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이젠 현 일들이 좋아하는 것의 범주에 있는지도 온전히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대담 울렁증이 생겼다. 나의 이야기를 남에게 하는 것도, 누군가가 만든 이야기를 보는 것도 부담이 되었다. 똑같이 누구도 나를 여편네 건드리면 좋겠다는 생각, 그러면서도 뭐라도 해야되는데.. 해야되는데… 하면서 조급한 마음은 쌓여갔다. 나는 반복해서 ‘좋아한다고 믿은’ 읽고 쓰는 일로 극복해보려했지만(이 블로그도 이년 노력중 하나일 게다) 행복해지지가 않더라. 그러므로 매우 다른 취미를 가져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망가진 퇴근 차기 시간들

당분간은 야구를 볼 생각은 없었다. 2006년 중학생이던 나는 어느날 아연히 두산 베어스를 응원하게 되었고, 우승을 하던 2015년까지 결단코 10년을 보고 야구를 그만보게 되었다. 엄청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골통이 경우 시작했을 때 좋아하던 김명제, 안경현, 홍성흔, 정재훈 같은 선수들이 애한 명씩 은퇴를 하고 자연히 마음이 떴다. 더불어 우승팀을 좋아하지 않는 이상한 반골의식도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새삼 야구를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책이나 글쓰기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책을 읽고 만들고 홍보하고 파는 일을 하고 있지만 업무시간과 가외시간을 같은 주제, 같은 일로 채우다보니 일과 쉬는 것의 경계가 사라지고, 양쪽다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더라. 그래서 선택했던 도서 아닌 첫 주제는 돈이었다. 한국주식, 미국주식, 비트코인, 편의점 토토, 크몽 전자책, 수익형 블로그, 스마트 스토어까지 2020~2021년 대한민국에서 부 핫한 주제였기에 부동산 빼고는 다 찾아봤던 것 같다. 나는 주식, 비트코인, 수익형 블로그를 선택했고 차차 피폐해짐을 느꼈다.

미미한 나의 시드를 굴려보겠노라고 항시 쳐다보고, 출근 전에는 밤사이 미국장 시황, 출근하고는 국내 주식 보기, 퇴근하고는 환역 이슈 정리, 미국 프리장 열리기 전에 경위 체크, 10시반~11시반(서머타임이 있어서)의 미국장 보다가 1시 넘어 잠드는 일들. 여기에 사력 마감이 없는 비트코인까지 더해지니 이건 머 내가 삶을 사는 건지 돈에 끌려다니는 건지 모르겠더라. 과연 해야된다는 생각으로 들고는 있지만 이윤 일들이 큰 돈을 가져다 주지도 행복이나 쉼을 가져다 주지도 않는다는 건 확실하게 확인하고 말았다.

책도, 재 공부도 나를 힘들게하는 ‘일’로 바뀌고 나서는 더군다나 번아웃 시절처럼 잠으로 도피하는 일이 시작되었다. 이대론 안되겠다는 생각이 끼다 ‘돈 안되고, 커리어에 동력 안되어도 그냥 재밌어서 하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거듭 야구를 만나게 된 것이다. 나에겐 망가진 퇴근 후의 시간들을 루틴하게 채워나갈 콘텐츠가 필요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선택한 이유

처음으로 내가 선택해서 응원하게된 두산(이전에는 연고지나 가족이 팬이어서 따라본 적은 까끄막 있었다)이었기에, 군 다음부터는 프로스포츠팀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었다.

  1. 이왕이면 상위권에 머무는 팀일 것(포스트 시즌 나갔으면 좋겠음)
  2. 그러나 우승은 다리깽이 못하는 팀이면서 역사와 근본이 있어야함
  3. 프랜차이즈 스타가 있을 것
  4. 유망주 팜이 괜찮거나 재미있는 루키가 인천 유소년야구 있을 것
  5. (야구 기준) 내야수(특히 3루수)에 스타가 있을 것

아니 그런팀이 어디있느냐 싶지만 스포츠마다 그런팀은 다 있더라. 거듭 한국 프로야구를 보기엔 두산은 여러차례 우승을 한량 강팀이 되어있었기에 선택지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메이저리그로 눈을 돌렸고 동부, 서부, 중부, 캐나다든 어디든 연고가 없기에 내가 바라는 팀을 고르면 되었다. 30개나 되는 팀 중에 위의 다섯개의 필터링으로 팀을 하나씩 제거해나갔고, 그쪽 조건에 맞는 팀이 한편 걸리더라…!

이처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1. 이왕이면 상위권에 머무는 팀일 것(포스트 시즌 나갔으면 좋겠음):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상위권 전력
  2. 오히려 우승은 다리몽둥이 못하는 팀이면서 역사와 근본이 있어야함: 2011년이 미말 우승, 우승한지 10년됨 / 근본팀임
  3. 프랜차이즈 스타가 있을 것: 몰리나와 웨인라이트 잔류
  4. 유망주 팜이 괜찮거나 재미있는 루키가 있을 것: 딜런 칼슨
  5. (야구 기준) 내야수(특히 3루수)에 스타가 있을 것: 놀란 아레나도 트레이드 영입

기적적으로 다섯 조건을 충족하면서 + 김광현 선수의 팀이기도 한 국뽕메리트까지 있어서 더할나위없었다.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는 역시 미뤄두고 언젠가 해야지. 해야되는데 싸이클이 올것 같아서 일단 MLB TV 1년 이용권을 질렀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하는 경기들이라 라이브로 보지는 못하겠지만 하루에 2~3시간 정도는 멍때리고 일이 아닌 일에 응원하고 집중하는 일을 새로 시작하려한다.

근 6년만에 야구를 보는 야알못인만큼 분석이나 평론보다는 선수들 얼굴을 익혀가는 일부터 시작해서 정을 붙여가는 과정을 쓰면 좋을 것 같다. 좋으면 좋다. 별로면 별로다. 노상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들도 매번 풀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본경기 위주로 조금씩 채워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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